1. 디지털 자산이란 무엇인가?
디지털 자산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고 '가치'를 가지는 자산이다. 디지털 자산에는 암호화폐, 주식 계좌, 온라인 쇼핑몰 포인트, 유튜브 채널, 블로그 수익, 클라우드에 저장된 사진, 이메일, SNS 계정 등 다양한 형태가 포함된다. 이들은 사망 이후에도 그대로 인터넷에 남아있고, 경우에 따라 수익을 계속 발생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들 자산에 대한 관리 기준이 거의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본인이 별도로 준비하지 않으면 유족은 존재조차 모른 채 방치하거나, 심지어 자산을 잃어버릴 수 있다. 특히 암호화폐나 클라우드 저장소처럼 접근 권한이 없으면 영영 복구 불가능한 형태의 디지털 자산은 사후 관리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하게 만든다.
2. 주요 플랫폼별 사후 계정 처리 방식
디지털 플랫폼들은 사용자의 사망을 고려한 '사후 계정 관리 기능'을 조금씩 도입하고 있다. 구글의 경우, 사용자가 생전에 ‘계정 비활성화 관리자(Inactive Account Manager)’를 설정해두면 사망 후 일정 기간 동안 로그인하지 않으면 지정된 사람에게 접근 권한을 넘길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페이스북은 ‘추모 계정(Memorialized Account)’으로 전환할 수 있게 하여, 사망자의 계정을 보호하고 가족들이 관리할 수 있도록 한다. 애플은 2021년부터 ‘디지털 유산 관리자(Digital Legacy)’ 기능을 통해 지정된 사람이 사망 후 기기와 iCloud 데이터를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반면, 카카오톡이나 네이버 계정은 명확한 사후 처리 기능이 없어 가족이 증빙 서류를 제출해야만 제한된 수준의 조치가 가능하다. 결국 각 플랫폼의 정책 차이로 인해, 사용자가 사전에 설정을 하지 않으면 대부분의 정보가 영구히 폐쇄되거나 남겨진 가족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3. 디지털 유언장과 접근 권한 설정의 필요성
전통적인 유언장처럼 디지털 자산도 생전에 계획을 세워야 한다. 디지털 유언장이란 온라인 자산의 존재를 명시하고, 그 자산에 누가 어떻게 접근할 수 있는지를 정리해 둔 문서를 말한다. 이 문서에는 암호화폐 지갑 주소와 복구키, 중요한 이메일 계정의 ID와 2차 인증 해제 방법, 클라우드 저장소의 구조 및 접근 방법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 물론 민감한 정보를 직접 유언장에 기록하는 것은 보안상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암호화된 USB나 별도의 보안 노트를 활용해 간접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더 나아가, 이러한 정보를 안전하게 보관하고 정기적으로 업데이트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유족들이 사망자의 블로그 광고 수익이나, 구독 서비스 해지조차 못해서 재정적 손해를 입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다. 디지털 자산은 ‘모를수록 없어지는 자산’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4. 디지털 자산 관리의 법적 공백과 향후 과제
현재 한국은 디지털 자산의 상속과 관련된 명확한 법적 기준이 부족하다. 민법상 상속의 개념에는 '재산적 가치가 있는 모든 것'이 포함되지만, 디지털 자산이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여전히 모호하다. 개인정보보호법 또한 사망자의 정보 보호 여부를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아, 플랫폼 기업과 유족 간 분쟁이 발생할 소지가 크다. 특히 수익이 발생하는 유튜브 채널이나 블로그의 경우, 그 운영권이 재산권에 해당하는지 여부도 법적으로 해석이 분분하다.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디지털 유산법(Digital Legacy Law)’을 제정해 플랫폼의 책임과 유족의 권리를 명확히 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논의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따라서 사용자 스스로가 생전에 디지털 자산을 정리하고, 가능한 한 법적 조치를 취해두는 것이 최선이다. 향후에는 디지털 자산 상속을 법제화하고, 사용자 중심의 사후 시스템이 표준이 되는 시대가 반드시 도래해야 한다.